
수림정은 전라남도 지정 '남도음식명가' 중 하나다.
외관부터가 깔끔하다. 파스텔 톤의 석조 2층 양옥이 도로변에서 본 모습이다. 한정식집 하면 연상되는 고색 짙은 기와집과는 전혀 딴판이다. 그러나 전면 건물과 이어진 안채는 날렵한 신축 한옥이다.
내부는 굵은 보와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된 천장, 은은하면서도 밝은 실내조명, 한지로 된 벽지와 친환경 장판 등이 온화한 한실을 영락없이 보여준다. 4명에서 16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크고 작은 크기의 방들은 현대적 디자인이 뒷받침하고 있다.
상차림도 이런 실내 분위기와 궤를 같이한다. 박정덕 운영자는 "먹는 것에서 병이 오고, 먹는 것으로 병이 낫는다"고 강조한다. 상 가운데 놓인 삼합만 봐도 박 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박 씨는 삼합에 가시오가피 잎으로 장아찌를 담가 더불어 내놓는다. 가시오가피가 인삼과 거의 비슷한 약효를 가졌다는 것은 상식. 맛도 가시오가피 특유의 맛을 간직하면서도 새콤해 개운하다.
녹찻물에 하얀 쌀밥을 말아서 굴비를 찢어 얹어 먹는 보리굴비도 마찬가지다. 녹찻물 대신 돼지감자 우린 물을 내놓는다. "녹차는 찬 음식에 속한다. 맛도 강하다. 손님의 체질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박 씨는 돼지감자는 중성에 속해 어느 체질과도 잘 맞는다고 강조한다. 맛도 구수하고 숭늉과 상당히 비슷하다. 굴비는 생것을 엄선해 직접 간하는데 간수를 뺀 천일염을 쓴다.
기본 중의 기본이랄 수 있는 쌀은 유기농만 고집하여 화순의 몇몇 농가와 계약 재배한 것이다. 흔하디흔한 잡채도 절대 식용유로 볶아내지 않는다고 한다. 자체 개발한 육수를 부어가면서 볶는다. 그래서 기름에 볶은 느끼한 맛이 전혀 없다.
모든 음식을 상 차리기 직전에 비로소 조리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상차림에서 가장 중요한 철칙이다. 음식을 더 달라고 하면 무한 리필해 주는데, 그렇게 나가는 요리도 필요한 양만큼 즉석에서 조리해 상에 올린다. 그만큼 신선함을 중시한단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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